사람이 다 가 볼 수 없는 규모
어제 글에서는 농지 소유자가 직접 확인할 체크리스트를 정리했습니다. 오늘은 반대편에서 보겠습니다. 정부는 이 많은 농지를 어떻게 조사하고 있을까요?
올해 조사 대상은 약 136만 ha입니다. 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기본조사는 7월 29일까지 대상 면적의 97%인 132만 ha, 1,013만 필지를 마쳤습니다. 공무원 5,313명과 민간 조사원 2,964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한 사람이 1천 필지 이상을 맡은 셈입니다. 모든 필지를 직접 걸어서 보는 것은 불가능한 규모입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는 '데이터로 먼저 걸러내고, 사람은 의심되는 곳에 집중한다'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단계마다 어떤 데이터와 기술이 쓰이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조사 흐름 한눈에 보기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정리한 흐름입니다. 뒤 단계로 갈수록 대상은 좁아지고, 확인 방식은 사람 손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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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조사 — 행정정보 교차 확인 (약 132만 ha)
농지대장과 여러 행정 데이터를 서로 맞춰 보며 소유 관계와 실제 경작 여부에 어긋남이 있는지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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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조사 — 위성·항공사진과 AI 탐지
사진으로 경작 흔적과 시설물 설치 여부를 확인합니다. 여기까지의 결과로 약 30만 ha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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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조사 대상 선정 (약 78만 ha)
수도권·토지거래허가구역 등 9개 위험군 약 56만 ha에 기본조사 의심 농지를 더하고, 겹치는 부분을 빼면 약 78만 h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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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조사 — 현장조사
공무원과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시설 안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 노지가 정상적으로 경작되는지 봅니다. 출입이 어려운 곳은 드론과 항공·위성사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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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조사 — 보완조사
현장만으로 알 수 없는 임대차 관계와 전용 허가 여부를 서류, 추가 행정정보, 주민 문답·탐문조사로 확인합니다.
첫 번째 필터 — 행정 데이터 교차 확인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넓게 쓰인 것은 사진이 아니라 이미 정부가 가진 행정 데이터입니다. 한 가지 자료만 보면 알 수 없는 것이, 여러 자료를 겹쳐 보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농지대장에는 소유자가 직접 농사짓는다고 되어 있는데, 같은 필지의 직불금은 다른 사람이 받고 있다면 누가 실제로 경작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농자재 구입 이력이 수년간 전혀 없는 농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의 '어긋남'이 의심 농지를 고르는 신호가 됩니다.
농지대장
소유자, 소유 면적, 자경·임대차 등 이용 정보의 기준이 되는 자료입니다.
기본형 공익직불
누가 그 필지로 직불금을 받는지가 실제 경작자를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농업경영체 정보
등록된 경영체와 경작 필지 정보를 농지대장과 대조합니다.
농자재 구매 이력
비료·농약 등 구매 기록은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간접 증거입니다.
지자체 지원사업 내역
지방정부 자체 지원사업을 누가 받았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건축물대장
농지 위 건축물이 대장에 올라 있는지, 어떤 용도인지 확인하는 데 씁니다.
두 번째 필터 — 위성·항공사진과 AI
행정 데이터가 '서류상 누가'를 본다면, 사진은 '땅이 실제로 어떤 상태인가'를 봅니다. 정부는 기본조사에서 항공·위성사진, 건축물대장, AI 탐지 정보를 함께 활용해 경작 여부와 불법 시설물 설치 여부를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AI가 맡는 대표적인 일은 시설물 탐지입니다. 넓은 지역의 항공사진에서 농지 위에 생긴 건물, 컨테이너, 야적 흔적 같은 것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그 결과를 건축물대장이나 전용 허가 기록과 대조하면 허가 없이 들어선 시설의 후보가 추려집니다.
여기에 농촌진흥청의 위성 기반 장기 휴경지(묵은 농지) 판독 기술도 시범 적용됐습니다. 여러 해에 걸친 위성영상의 식생 정보를 분석해 필지 단위로 경작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세 번째 도구 — 드론
드론은 주로 심층조사 단계에서 쓰입니다. 위성·항공사진보다 해상도가 높고 원하는 시점에 찍을 수 있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이나 조사 물량이 몰린 지역에서 현장 방문을 보완합니다.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도는 전체 농지를 드론으로 촬영하며, 드론 전문 업체가 촬영을 맡습니다. 경기도·수도권 밖 지역은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132명이 투입됩니다. 현장조사를 위한 시스템도 새로 개발됐습니다.
부처 간 데이터 공유도 시작됐습니다. 재정경제부는 국유재산 조사 과정에서 촬영한 농지 27만 1천 필지(약 2만 ha)의 드론 영상과, 2023~2025년 항공사진을 비교한 AI 토지이용 변화 탐지 결과를 농식품부에 제공합니다. 농식품부는 경기도 18만 ha와 위반 의심 필지 22만 ha 등 약 40만 ha의 드론 영상을 연말까지 재정경제부에 넘길 계획입니다.
| 수단 | 강점 | 주로 쓰이는 단계 |
|---|---|---|
| 행정 데이터 | 전국 전 필지를 한 번에, 비용 없이 대조 | 기본조사 |
| 위성영상 | 넓은 범위, 과거 시점까지 여러 해 비교 가능 | 기본조사 |
| 항공사진 + AI | 시설물·토지이용 변화 자동 탐지 | 기본조사, 변화 탐지 |
| 드론 | 고해상도, 원하는 시점 촬영, 접근 어려운 곳 | 심층조사 |
| 현장·문답조사 | 임대차 등 사진으로 알 수 없는 관계 확인 | 심층조사(보완조사) |
데이터가 잘 못 보는 것들
이 구조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의심'을 만들 수는 있어도 '위반'을 확정하지는 못합니다. 기본조사에서 27%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지만, 정부 스스로 이를 곧바로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
구두 임대차나 이웃 간 교환 경작은 사진에 찍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답·탐문조사가 따로 필요합니다.
쉬는 이유
사진은 휴경 상태를 보여줄 뿐, 질병·고령·재해 같은 사유까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촬영 시점의 착시
수확 직후나 파종 전에 찍힌 사진은 경작지도 빈 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시설 안의 사정
하우스나 버섯재배사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는 위에서 내려다봐선 모릅니다.
행정 자료의 공백
고령 농가처럼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경작은 서류상 비어 보일 수 있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남는 것 — 농지 데이터베이스
이번 조사의 공식 목적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입니다. 농식품부는 조사 결과를 DB로 만들어 임차농 권리 보호, 들녘 단위 농지 집적·규모화, 고령농 농지 유동화, 청년농 농지 공급 같은 구조개혁의 기반으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농지대장과 실제 이용 상태가 따로 놀았습니다. 필지마다 누가 소유하고, 누가 짓고, 무엇이 서 있는지가 한 번 정리되면, 빌려줄 땅과 빌릴 사람을 연결하거나 흩어진 필지를 모으는 일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반대로 이 DB가 최신 상태로 유지되지 않으면 몇 년 뒤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농가 입장에서 기억할 것
이 구조를 알면 대응도 분명해집니다. 행정 기록이 실제와 맞으면 첫 번째 필터에서 걸릴 일이 줄고, 사진이 오해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은 자료로 설명하면 됩니다.
데이터로 조사받는 시대의 대비
- ·농지대장·경영체·직불금 정보가 실제 경작자와 같은지 맞춰 둡니다
- ·농자재 구입 영수증과 판매 기록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둡니다
- ·파종·수확 등 작업 사진을 날짜가 남도록 찍어 둡니다
- ·휴경 중이라면 그 사유를 보여줄 자료를 챙겨 둡니다
- ·농지 위 시설은 허가·신고 서류와 함께 보관합니다
선팜AI가 농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
선팜AI(smartfarming.live)도 같은 방향의 데이터를 씁니다. 전수조사처럼 단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농지에 필요한 정보를 골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농지를 등록해 두면 팜맵을 기준으로 그 지점 주변에서 실제로 관측된 병해충 예찰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의 공개 데이터를 받아 오기 때문에, 전국 평균이 아니라 내 동네에서 잡힌 병해충을 기준으로 방제 시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농지가 있는 지역에 기상청 특보가 발효되면 그 내용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공 데이터는 쌓이는 속도보다 쓰이는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전수조사로 만들어질 농지 DB가 규제에만 머물지 않고, 농가가 체감하는 서비스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리
첫째, 이번 전수조사는 행정 데이터 교차 확인으로 전체를 훑고, 위성·항공사진과 AI로 땅의 상태를 확인한 뒤, 의심되는 곳에만 드론과 사람을 보내는 구조입니다. 둘째, 데이터는 의심을 만들 뿐 위반을 확정하지 못합니다. 임대차 관계와 휴경 사유는 결국 현장과 서류로 확인합니다. 셋째, 조사 결과는 농지 DB로 남아 앞으로의 농지 정책에 쓰입니다.
농지 소유자가 직접 챙길 체크리스트는 연재 1편 '농지 전수조사, 내 농지도 대상일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 담긴 조사 방식은 9월 24일까지 공개된 정부 발표를 기준으로 했으며, 세부 방식은 지역과 조사 단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